한번 왔다가면 맥주 대여섯 병을 흡입하는 단골청년 중혁은 당당해 보이는 체격에 피부가 희고 잘생긴 얼굴이었다.  그런데 조선족 쓰는 말이 어찌나 듣기 어려운지 처음에는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아 그러니까 친척 집에서 살고 있었는데 그분이 본인보고 나가라고 했다고요?"

"네. 밥상을 확 엎어버리고 나왔어요" 

잘데없으면 재워줄테니까 자라고 했다.  중혁은 감동했다면서 하고싶었던 이야기들을 쏟아부었다. 집에 강도가 들었을 때  cctv만 추적해도 잡을 수 있었는데 조선족이라고 경찰이 신경을 쓰지 않았단다. 그래서 한국인을 싫어했단다.

"백성들이 먹고살기 힘들죠?"

 앞에서는 심각한데 웃으면 날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허벅지를 손으로 꼬집으면서 철호는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 언제 한번 자기가 좋은데가서 쏘겠으니 가게 문닫고 한번 가자고 한다.

 

"아이씨바 뭐야 이게 숯이 . 여기엿 ! "

"씨발 이게 뭐야 파가..아줌맛 !"

중혁은 살기어린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옆 테이블에 앉은 두 사람은 중혁의 덩치에는 밀리지 않아보였지만 중혁의 살기에 한 풀 눌린듯한 느낌이다. 눈은 단추구멍 만해도 꽤 날카로와 보인다.

 

"혀엉 혀엉 ! 이것좀 먹어봐요. "

하면서 중혁은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어들어 철호의 입에 넣어주었다.

"혀엉혀엉 빨리 마시고 우리 이차가요. "

 

삼촌네 집에서 쫒겨난다며 밥상엎어 버리고 나왔다는 놈이 무슨 돈이 있어서 고기몇점 집어먹고 오만원 내는 데 데리고 오는지..그러자니 있는 생색 없는 생색 다내겠지. 눈깔에 힘주면서 파가 어떻다느니 고기가 어떻다느니..이런애한테 얻어먹어봐야 나중에 그 생색을 어떻게 감당할까 우려가 앞선다.

"자 이제 가자."

"가만 있어봐요. 형.. 왜 우리가 우리돈 내는데 일어서서 돈내요? 이런데는 다 앉아서 돈내는거예요."

중혁은 거드름을 피우며 직원을 불렀고 계산서를 전달했다. 고깃집을 나오자 이번에는 이차를 가야 한다며 커피숍으로 향했다. 어쨌든 쏘겠다는 사람이 이왕쏘는거 기분잡치지 않도록 졸레졸레 따라나섰다.

 이층에도 나름 신경쓴듯한 커피숍이 있었는데 굳이 이름만 커피숍이지 다방인 것이 분명한 어두컴컴한 지하로 들어가는지 번지수를 잘못 짚은게 아닐까?



"야야.. 위층에도 커피숍 있는데.."

"아니 거기말고..."

뭔가 냄새를 맡고 온것이 분명하다. 다방구석에 앉자 요란하게 머리를 볶고 하이힐을 신은 마담이 다가왔다.

"여자하고 같이 마시면 얼마예요?"


다음